내가 만화를 책으로 분류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에 완전히 동조하지 않는 이유가 윤지운 작가님과 같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고, <눈부시도록>과 같은 책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하면 굳이 만화책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것이든 '~하기 때문에'라는 커다란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은, 또는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지운 작가님과 작품들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유쾌한 듯 하면서 의표를 찌르는 놀라운 단어선택과 언어의 이용, 그리고 거기에서 자연스레 자아내어지는 그 미묘함과 담백함은 어떻게 해도 표현하고 전달하기 어렵다. 어떤 매체의 크리에이터이든 간에 그런 것을 구체화해내고 싶어할 텐데, 윤 작가님은 매번 실패 없이 수려한 작화와 유쾌한 언어로 일상 속 설명하기 어려운 감성을 전달한다.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입장에서 분명 탐나고 동경할 만한 재능이다.
<눈부시도록>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결국 청춘스토리다. 어렵고 힘든, 감성과 감정을 넣어두고 닫아두기를 강요당한 두 아이가 서로의 빛을 알아보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계발 식의 훈계를 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연장자도 없고 이성적으로 이해할 논리나 교훈도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음'이 어느새 이해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공감된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매력적인 책이다.
13권을 끝으로 <눈부시도록>은 대단원을 내렸다. 눈에 보이는 교훈이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달콤한 자기기만적 대안은 없다.
하지만 책의 결말은 그 어느 책보다 담담하고 가슴 깊이 박히는 위로를 전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걸어간다. 매번 벽을 마주하는 여린 아이들의 마음이 부서져 내린 파편에서 반사된 빛일지언정, 눈부시도록.'
나를 보듬어 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p.s
작가님 블로그 주소. 방문객들의 팬심에 일일이 정성스레 답변해주시니 팬이라면 가서 댓글을 달아봐도 좋을 듯?
#책
#책
너무 좋아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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